식물은 우리의 오랜 이웃이었다.

과거 식물은 인류의 음식이며 옷감이고 가구이고 집이었다. 우리는 식물과 공감해왔다. 인간의 눈은 녹색에 가장 민감하다. 우리의 몸에는 식물이 거처했던 흔적이 남아있다.

식물에게 꽃은 자신이 뿌리내린 환경에서 안전하게 다음 세대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생명의 안도감이며 기쁨이다. 우리가 꽃을 보며 아름답다 느끼는 이유는, 꽃이 인류가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만큼 꽃이 필 수 없는 척박한 땅은 식물에게도 인간에게도 불온한 장소이다. 그러나 우리가 디지털과 친해지는 사이, 우리는 식물과 멀어졌다.

디지털에 친숙한 우리에게 척박한 땅은 식물이 자랄 수 없는 콘크리트 바닥이 아니라,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세상이다. 디지털환경에 익숙해져가는 몸과 점점 불확실해지는 자연환경… 이러한 변화지점에서 우리에게는 섣불리 해결하기 어려운 입장이 있다. 작가는 이 지점에서 토착자연환경에 대한 그리움이나 새로운 과학기술에 대한 비판을 펼치기에 망설임이 있고 또한 서투르다는 것을 안다. 작가가 디지털 꽃을 제안하는 것은 기술을 더 추구하자거나 꽃을 더 심자는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다. 작가가 꽃을 미디어아트로 다루려는 이유는 꽃을 다시 우리의 이웃으로 불러오기 위함이다.

또한 동시에 디지털을 우리가 환경과 공감하는 매개인 꽃으로 다루기 위함이다. 식물, 디지털, 현대사회에서 어렵사리 엉켜있는 모든 존재는 적이 아닌 이웃이다. 이웃과의 혼란스럽고 불편한 엉킴사이에서, 꽃과 가시와 열매사이에서 작가는 망설임을 느낀다. 그러나 어쩌면 이 망설임이야말로 이웃의 조건인지도 모른다.

  2022 청년사회활동지원사업 
  디지털 꽃 | 다시-이웃되기

  김대천


  사업기간  2022.07.13-12.15


  보조 및 참여: 김호연

  행사행정지원 : 한상혁 주무관
  장소협조 : 성동청소년센터
  일일도움 : 이다영
  번외 콜라보 : kalektika